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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 3분

셧다운제, 그 지겨운 낙인

by 앞집 회사원 2021. 9.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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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5일 장장 1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대한민국이란 나라에 쪽팔림으로 남아있던 셧다운제가 폐지되었다 (정확히는 강제적 셧다운). 물론 이 폐지는 불완전한 것으로, 여가부가 아닌 문체부에서 만든, 선택적 셧다운제라는 변태(?)를 아직 남겨둔 채 이기 때문이다. 뭐 이것만 해도 어딘가 싶지만, 셧다운제라는 바보 같은 제도의 그림자를 아직 남겨뒀다는 점이 아쉽게 느껴진다.

1. 셧다운제가 남긴 상처 - 첫번째, K과금시스템

최근 문제로 불거졌던, 아니 2021.09.15, 현재에도 진행형인 NC소프트 주가 하락의 이슈가 촉발된 이유 중에 K과금시스템이 있다. 논리는 아래와 같다.

  • 셧다운제가 시행되면서 코 묻은 돈을 게임사가 덜 가져가게 되었다.
  • 게임 개발도 막대한 돈이 드는 사업이므로, 들어오는 돈은 계속 유지하여야 한다.
  • 셧다운제 대상 외인 어른들의 돈을 더 긁어모아야겠다
  • 어떻게 하면 잘 긁어모을 수 있을지, 고민해서 과금 모델을 지나치게 사행성을 띄게 짠다
  • 돈을 긁어모은다
  • 다른 게임 개발사들도 과금 시스템을 연구(?)해서 적용시킨다.
  • 과도한 과금으로 게임사들은 게임 성보단 수익성 연구에 치중하게 된다.

이러한 흐름에 지대한 공헌을 한 것이 NC소프트라고 나름 자신 있게 말하고 싶다. 그리고 게임문화를 망쳐왔다고...

2. 셧다운제가 남긴 상처 - 두 번째, 글로벌 게임사들의 네트워크 서비스 청불 등급

Nintendo, X-box, Playstation. 셋 다, 게임기기를 활용하여 멀티 플레이 같은 네트워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청소년 불가로 판정이 되어있다. 이유는? 글로벌 원 서비스로 돌아가는데, 한국만 셧다운제에 맞는 여러 장치들을 추가하는 것은 회사 입장에서 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청불 판정으로 해놓으면, 귀찮은 짓을 안 하게 된다.  아니 그래도 그렇지, 닌텐도 하면 마리오인데, 마리오가 청불 판정이라니...

 

3. 셧다운제가 남긴 상처 - 세 번째, 게임 개발의 침체

게임의 장르는 다양하고, 2000년대 후반부에는 다양한 중소 개발사들이 생기면서 게임문화적으로도 매우 풍족한 시기로 기억한다. 하. 지. 만. 셧다운제가 시행이 되면서, 셧다운제에 맞춘 시스템 개발이 필요하게 되었다. 대형 게임사들은 쌓아둔 돈과 인력으로 해당 시스템을 만들어 비교적 빠른 시일 내에 만들어 냈지만, 중소 개발사들은 안 그래도 빡빡한 출시 일정에 시달리면서 예상도 못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 이중고에 빠지게 되었다. 그리고 당연한 수순이지만, 제도에 크게 영향이 없거나 있어도 버틸 수 있었던 대형 게임사는 살아남고, 대한민국 게임문화의 허리, 중소기업들은 자라다가 말아버리게 되었다.

 

 

최근에 갑자기 분위기가 강제적 셧다운제의 폐지 쪽으로 가닥이 잡힌 건, 역시 내년 대선을 앞둔 양당이 20-30대의 표심을 잡고자 함이 아닌가 하는 킹갓심이 든다. 또한, 이 뭣 같은 제도의 주무부처가 여가부인데 대선주자들이 말 많은 여가부를 없애겠다고 말하고, 코로나 사태로 게임은 마약이라고 주야장천 외쳤던 일부 의사들과 보건복지부는 이 폐지를 막을 만한 여력이 없는 상태였다. 심지어 입만 둥둥 살던 WHO도 권위를 상실했으니, 이건 정말 '궁 써야 하는 각'인 것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선택적 셧다운제라는 것 때문에, Nintendo, X-box, Playstation의 네트워크 서비스는 청불 상태이고, 그 선택적 셧다운제는 당장 폐지는 안될 것 같다. 강제적 셧다운제를 폐지시켰으니, 버릴 수 없는 40-60대 표심을 다시 끌어모으면서 다독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선택도 불가능했고, 강력범죄의 프레임을 씌우고, 자유민주주의 시대에 역행하는 말도 안 되는 사회제도가 우리네 인생에서 사라진다니.. 이것에 대해 많이 노력하신 분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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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이번 강제적 셧다운제 관련해서 내용이 충실한 콘텐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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